청소년상담

"친구가 뭐예요?.."

☆ 벼리 2011. 9. 11. 21:18

잠깐 나갔다 온사이 엉망이 된 공간..

 

 "선생님.. 친구가 뭐예요?.."

 

 쓰레기통과 쓰레기들이 바닥에 뒹굴고 있고, 핸드폰이 내팽겨쳐져 있다..

울어서 퉁퉁붓고 빨갛게 충열된 눈으로.. 친구가 뭐냐고.. 원망하듯 묻는다..

 

 쓰레기통과 쓰레기들, 흐트러진 의자들을 정리하고.. 핸드폰을 쥐어주며 말한다..

 

 "이렇게 집어던지고 성질부리니 맘이 풀려?"

 

 항상 위태해보이고, 어디로 튈지 알 수가 없는..

차갑고 싸가지없이 말하기도 하지만..

그속에 숨겨진 사람에 대한 애틋함이 보여서.. 맘이 가는 아이..

사랑을 받는다면.. 충분히.. 따뜻한 사랑을 줄줄도 아는 아이일텐데..

볼때마다 그 여린 가슴이 안타깝다..

너를 아프게 하는것이.. 비단 친구뿐만은 아니겠지..

 

 여전히 그 서러움과 화가 가시지 않는듯..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한다..

 

 "친구라면서 거짓말하고 약속도 안지키고 지네들 마음대로 하고..

 이제 그만 둘거예요. 더이상 안볼거예요"

 

 "누구때문에 화가나고 눈물이 나는거야?..

  누구니.. 그중에서 니가 마음에서 놓지 못하는 친구가?.."

 

 "아림이요.."

 

 여전히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하는 아이를 보며 잠깐 딴생각을 했다..

나는 친구때문에 속상해서 눈물흘린적이 있었던가..

어릴때부터 지금까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런적이 없는거 같다..

내게 다가오는 친구들과는 즐겁게 놀았고,

나를 화나게 하고 내게서 멀어지는 친구들은 잊어버렸다..

 

 아이는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뚝뚝 떨어지던 눈물이 잦아들었고,

어느새 주변 친구들과 오늘 속상했던 일들을 이야기하며 마음을 추스린다.

그리곤 가방에서 십자수를 꺼내 바느질을 하면서

친구들과 깔깔거리며 웃고 장난치며 논다..

 

  친구들을 보내고 아이와 나서면서 말한다.

 "선생님은 너를 믿어.. 너는 잘할거야.. 여지껏도 잘하고 있잖아.."

 "잘하긴 뭘 잘해요.."

 

 상처입은 아이에게 너무 어려운 말들을 한건 아닐까 걱정이 됐는데

퉁명스럽게 내뱉는 아이의 말속에서 조금은 정돈된 감정이 느껴진다..

 

 자라면서.. 알아 나가겠지.. 지금보다 더 아플때도 많겠지..

그래도 언제까지나 너의 따뜻한 가슴은 식지 않기를 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