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은 어디에서 어떻게 태어났건 누구라도 물을 먹고 공기를 마시듯, 공평하게 교육을 받고 건강할 권리를 갖고 있다. 따라서 서유럽의 마을과 국가는 아동이 외부환경에 따라 자신의 처지가 달라지지 않도록 하는 기본정신에 입각해서 아동을 보호하고 성장시켜왔다. 즉, 서구 복지국가는 보육의 사회책임을 명확히 하고 무상교육, 무상의료, 아동수당을 통한 적정소득을 보장해 주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현재 취약계층의 아동을 위한 사회적 보호조차 확보되어 있지 않은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 지원사업(이하 교육복지사업)의 등장은 한국의 아동복지에 단비 같은 존재였다.
교육복지사업이란 교육·문화적 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도시 저소득 지역을 ‘교육복지 투자우선지역’으로 선정하여 다른 부문보다 많은 정책적 배려와 지원을 함으로써 해당 지역의 교육ㆍ문화ㆍ복지 환경과 서비스 질을 개선하고자 하는 시범사업을 말한다. 이처럼 교육복지사업은 아동일반이 아니라 취약지역의 취약계층 아동에 대한 국가적 개입이다. 다시 말해 이것은 특정아동을 대상으로 함으로써 한국의 잔여적 사회복지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 척박한 아동복지 현실에서 이 사업은 보편적 아동복지를 위한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동안 교육복지사업은 저소득층 영·유아와 초·중등 학생의 학습 결손 예방·치유를 통한 학력 증진, 취약아동의 건강한 신체 및 정서 발달과 다양한 문화적 욕구 충족, 그리고 가정-학교-지역사회 차원의 지원망 구축을 통해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2003년 서울과 부산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시행 8년차 사업을 수행 중이며 인천지역은 2005년 연수구의 5개 학교를 시작으로 현재 총 8개 지역 50개 학교에서 교육복지사업을 벌이면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런데 올 7월 23일 교육과학기술부가 교육복지사업 변경안을 발표했다. 주요 골자는 ‘투자’와 ‘지역’을 뺀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으로 사업명을 변경한 것이다. 이것은 정책대상 선정방식을 지역에서 단위학교로, 수혜대상은 기초생활수급자 50명 이상인 초·중학교를 대상으로 변경하는 것을 의미한다. 교과부는 이 방안이 대상을 확대하고 더 체계적인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것은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먼저 대상의 축소이다. 대상학교의 기준을 기존 기초수급자와 한부모가정자녀 70인 이상에서 기초수급자 50명 이상인 초·중학교로 변경했다. 이는 대상학교가 확대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축소하는 결과를 야기시킬 것이다. 한부모가정자녀가 증가하는 반면 매년 국민기초생활수급자 학생수가 자연감소(차상위 증가) 추세에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교육복지사업의 축소가 불가피하다. 현 기준으로 볼 때도 인천지역의 경우 현재 50개 대상학교에서 22개 학교가 탈락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인천시교육청은 기존 학교에 대해 1년 유예규정을 두었지만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또한 ‘지역(zone) 단위’ 선정에서 ‘단위학교’별 선정 변경은 교육복지의 성격을 변경할 우려를 낳는다. 6년 이상 구축 해온 zone 단위 중심 지역사회와의 네트워크 붕괴와 연계성 약화로 귀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지역연계를 강조했던 지역사회 중심의 교육복지사업은 학교-가정-지역사회가 함께 아동·청소년을 보호하는 교육공동체를 구축하도록 강제했다. 변경안은 기존 시범사업지역에서 지역사회와 함께 구축한 지역교육공동체 구축을 위한 네트워크를 위축시킬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기존 초등에서의 서비스가 중학교까지 자연스럽게 연계될 수 있도록 지역단위방식을 통한 연계방식이 취약해 질 것으로 우려된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아동복지에 대한 국가의 시각에 있다. 사회복지 대상이 저소득층의 취약계층 아동으로 국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즉, 대상학교 선정기준에서 기존 한부모가정자녀가 제외되고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아동으로 축소된 것은 사회복지의 선별주의를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무상급식 도입을 국가의 위기로 보고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서울시장과 ‘다이어트 학생까지도 급식을 해주어야 하는가’라는 여당 유력인사의 인식과 맥을 같이한다. 즉, 교육복지 현상은 한국에서 보편주의 싹이 잘리고 있는 것을 반증한다.
교육복지정책은 제고되어야 한다. 교육복지는 수급자 자녀만이 아닌 모든 아동의 출발선을 같게 해주는 사업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 사업은 기존학교를 포함하는 것은 물론 전체 아동을 위한 보편적 교육복지를 위한 시범사업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분적으로 시도되고 구축된 지역교육공동체가 보존되고 강화되어야 한다. 여기에서 얻은 경험을 배경으로 학교 밖의 지속적이고 통합적인 서비스가 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관건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실천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이 거꾸로 가고 있다. 이러는 사이 양극화는 심화하고 있다. 가정의 해체와 한부모가정의 아동은 증가하고 있다. 청소년 자살율 1위라는 오명에서 보듯이 한국의 아동은 입시지옥에서 피폐되고 있다. 한국의 아동은 얼마나 더 불행한 의식을 갖고 살아야 한단 말인가. 선별주의의 야만적 태도와 제도로 한국은 얼마나 더 지탱할 수 있을 것인가?